[모닝투데이=이지훈 기자] 경기도가 ‘공정’에 기반을 둔 계약심사로 노동자 권익과 도민 안전을 위해 올해 59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흔히들 계약심사는 책정된 예산을 깎는 과정이라는 오해를 하는데 반해 이는 예산을 늘린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올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2,608건 1조 4,491억 원 규모의 계약을 사전 심사해 총 792억 원을 절감했다고 22일 밝혔다. 증액 예산은 59억 원, 감액 예산은 851억 원이었다.
계약심사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용역·물품구매 등 사업에 대해 입찰·계약을 하기 위한 예정가격이 과소 책정됐거나 과잉 계산되지 않았는지 원가산정의 적정성을 심사·검토하는 제도다.
도는 특히 올해의 경우 설계금액에 노무비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꼼꼼히 검토해 시설관리나 청소용역 노동자, 건설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장에 중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증액 사례를 보면, 도는 A도로 확포장 공사에서 보통인부로 설계돼 있던 노임단가를 형틀목공, 콘크리트공, 조경공 등으로 공종에 맞게 조정해 기술자별 적정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인건비 약 8,645만 원을 증액했다.
B시설 전기통신 공사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일괄 70% 감액되어 있던 것을 100% 모두 반영해 3억 5,614만원을 증액했다. 도는 예산 부족의 이유로 원가를 너무 적게 책정할 경우 자칫 부실공사나 임금체불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증액 사유를 설명했다.
C시 본관 창호교체 공사를 심사할 때는 2019년 설계시점으로 적용돼 있던 시중노임단가를 2020년 입찰시점으로 적용해 건설 노동자의 임금 예산이 기존 8,800만 원에서 9,053만 원으로 늘어났다. D기념공원 청소 유지관리 용역의 경우에는 2020년 상반기 단가로 적용돼 있던 것을 하반기 기준으로 변경해 위생관리원의 임금이 보장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도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세심하게 살폈다.
도는 E공공기관 건물관리 용역에 대해 15일로 설계돼 있던 연차수당을 2018년 7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맞춰 26일로 조정해 노동자가 첫해에 26일의 연차수당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건비를 약 24만 원 증액했다.
누락된 퇴직공제부금비를 반영해 준 사례도 있다. F시설 전기통신 공사에서는 444만 원, G시설 화장실개선 공사에서는 272만 원, H일원 경관조명설비 개선 공사에서는 159만 원을 증액했다.
퇴직공제부금비는 법정 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건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 일수에 비례해 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납부하도록 한 제도로 1억 원 이상의 공사는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함에도 누락된 경우가 많다고 도는 설명했다.
마순흥 경기도 계약심사담당관은 “계약심사가 공사비를 삭감해 영세 건설업체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부당한 거래를 사전에 방지해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훨씬 크다”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약심사를 실시해 도민의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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