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투데이=이복영 기자]무려 31km, 건장한 성인 남성도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하는 그 거리를 100년 전 화성 사람들은 나라의 독립을 되찾고자 함께 걸었다.
화성 만세시위는 마을과 마을이 연합해 약 2,500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쟁이었다. 이들은 언제 어디선가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본군의 총칼에 굴하지 않고 장안면 사무소, 우정면 사무소, 화수리 경찰관 주재소를 차례로 공격했으며, 순사 가와바타를 처단했다.
이렇듯 화수리 항쟁은 3.1독립운동 역사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조직적이고 공세적 투쟁으로 일제에 두려움을 안겼다.
결국 일제는 더 이상의 독립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4월 15일, 군대를 동원해 독립운동의 근거지인 제암리 마을 주민 23명을 교회에 가두고 총살했으며, 주모자로 독립운동가 김흥렬과 그 일가족 6명을 처참히 학살했다.
■ 투쟁과 희생이 어린 만세길,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되살려
100년이 흐른 지금, 화성시는 선조들의 고귀한 투쟁과 희생이 어린 만세길 31km 전 구간을 정비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되살렸다.
2014년부터 시작된 만세길 조성사업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독립운동가 차희식, 차병혁, 백낙열, 김연방, 최진성 선생의 유적지와 햇불 시위터, 쌍봉산, 한각리 광장터, 옛 장안면·우정면 사무소터, 화수리 주재소터 등 총 15개의 항쟁지를 하나의 길로 연결했다.
시는 각 항쟁지마다 이정표와 안내문을 세우고 화성 3.1운동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만세길 스탬프북도 제작·배포해 시민들이 족적을 대신해 자신의 탐방 기록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 6일 공식 개통식과 함께 국가 보훈처의 ‘독립의 횃불’ 전국릴레이 동시 진행
화성3.1운동 만세길은 오는 6일 토요일 오전 10시 화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다.
청소년 만세꾼 100명과 일반 참가자, 국가 보훈처 주관 ‘독립의 횃불’주자 100여 명 등 총 450여 명이 참석해, 만세길 개통 테이프 커팅식과 풍선 세리머니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개통식 이후에는 옛 우정보건지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방문자센터’에서 출발, 이틀간 구간별로 나눠 총 31km를 걷는 만세길 걷기체험이 진행된다.
걷기체험 1일차는 ▲차희식 선생 집터 ▲차병혁 선생 생가 ▲수촌교회 ▲옛장안면사무소터 ▲쌍봉산근린공원 코스로 구성됐으며, 2일차에는 쌍봉산근린공원에서 집결해 ▲김연방 선생 묘소 ▲옛우정면사무소터 ▲최진성 선생 집터 ▲방문자센터로 돌아오게 된다.
각 주요 항쟁지마다 전문 해설사의 역사해설이 준비돼 화성3.1운동을 보다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 허락된 봄, 화성3.1운동 만세길로
꽃샘추위는 물러가고 완연한 봄을 향해 가는 4월, 선조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봄을 맞아 화성 3.1운동 만세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 올레길이나 충주 종댕이길과 같이 기존의 걷기여행길을 생각하면 축사와 농로, 공장지대 옆에 두고 걷는 만세길이 불편하고 험난하기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전 선조들이 서로에 의지해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걸었던 그 길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분명 한 번쯤은 꼭 걸어야 할 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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