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만연한 안전불감증 실태를 살피기 위해 5월 8일부터 6월 13일까지 도내 소방시설 관리업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우려한 대로였다. 총 383개 건물을 예고 없이 불시에 점검했는데 이 가운데 66%에 달하는 253개 건물에서 불량한 소방시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민간 대행업체와 건물주에게 맡긴 소방 안전 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이다. 유명한 대입 기숙형 학원의 학생숙소 2개 동에 소화기는 비치되어 있지만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야 할 경보, 피난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연면적 1000㎡ 이하이기 때문에 관련법상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화재 사각지대에서 만에 하나 불이라도 난다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고장난 소화펌프나 방화셔터를 그대로 방치한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민간업체 중 한 곳은 점검인력이 해외 출장 중인데도 점검에 참여했다고 거짓으로 보고한 사실도 있었다. 현재 관련법상 연면적 5000㎡ 이상인 일반건축물과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고시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연면적 2천㎡ 이상인 건물도 정기점검 대상이다. 경기도에는 5000㎡ 이상 종합 정밀점검 대상 1만3000여개소, 400㎡ 이상 작동기능 점검대상 13만여 개소 등 14만3000여개소의 자체점검대상 건물이 있다. 소방당국은 2012년 2월 민간유착을 근절한다는 차원에서 화재발생 우려가 높은 곳을 선별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행정처분 실적이 미미하여 처분기준 강화 및 엄격한 행정조치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물주가 외부업체 위탁 등 소방 안전점검을 알아서 하도록 한 현행 소방법이 안전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5000㎡ 이상 건물은 관리업자나 소방안전 관리자를 통해 자체 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체 점검을 하는 관리업체와 건물주간에 유착 고리를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 소방관리 대행업체를 건물주가 직접 선정하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까다롭게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수시 다른 점검업체로 바꿀 수도 있다. 때문에 민간 대행업체들은 법령에 따른 부실사항 점검과 지적보다는 건물주를 고려한 점검을 하고 있다. 화재시설 점검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여기에 업체 간 최저가 수주경쟁도 부실 점검을 초래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체점검 대상 건물은 소방서에서 각 건물 점검상황을 서면으로만 보고받아 파악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는지를 알기 어렵다. 매년 하는 소방관서의 특별조사도 컨설팅, 교육위주이며, 또한 영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점검 1주일 전에 건물주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완화한 소방안전 관련분야 규제는 다시 원상태로 환원시켜야 할 것이다. 소방당국도 소방안전 관리 점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층 복합상가 빌딩 및 노유자, 노약자 복지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소화, 경보, 피난설비 기준들을 재검토하여 이들 시설에 대한 피난설비 기준을 현재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요양병원 2층 이상 대피시설로 완강기, 구조대 등 건물주가 택일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피난설비인 완강기는 유사시 실효성이 없다. 심지어 모텔의 경우 피난밧줄과 1인만 탈출이 가능한 간이 완강기를 설치한 곳도 다수 있었다. 일본처럼 노약자 복지시설에 피난용 미끄럼틀 의무설치 규정을 마련하는 등 위기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노약자복지시설에 대한 피난시설 정책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도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소방 관련 특정감사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소방안전 관련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이행토록 관련법을 개정해 줄 것과 이번 특별감사에서 파악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중앙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글 / 박원철 경기도청 회계감사팀장 원본 기사 보기:ggdaily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