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코로나19로 느끼지 못하는 봄, 꽃으로 힐링하세요”

얼어붙은 꽃 소비 촉진 위해 화훼농가 살리기 동참한 수원시와 업체 등

신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3/17 [08:24]

수원시 “코로나19로 느끼지 못하는 봄, 꽃으로 힐링하세요”

얼어붙은 꽃 소비 촉진 위해 화훼농가 살리기 동참한 수원시와 업체 등

신지현 기자 | 입력 : 2020/03/17 [08:24]
   
 

[모닝투데이=신지현 기자]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수천 년 전의 시구가 2020년 봄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법 길어진 낮 시간과 따뜻한 햇볕은 나들이를 하고 싶게 만들지만, 각자의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코로나19로 졸업식도 입학식도 못해 판로는 없지만,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피어난 꽃은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고 보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넨다.

 

특히 수원시에서는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된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공공기관은 물론 지역 내 업체 등이 발 벗고 나서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고 있다.

 

◇“꽃 보고 답답한 마음 힐링하세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기 답답하지만 꽃을 사니 봄이 온 게 느껴져 힐링되네요.”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한옥베이커리 ‘삐에스몽테’에는 최근 빵과 음료 외에 꽃을 판매하는 공간이 생겼다. 입구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빵이 아닌 꽃이다.

 

봉우리마다 봄 내음을 가득 머금은 프리지어 다발 앞에는 ‘코로나로 힘들어하시는 화훼농장에 큰 응원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푯말과 자율적으로 판매금액을 넣는 통이 함께 놓여 있었다.

 

손님들에게 꽃을 팔게 된 것은 우원석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우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지역 내 화훼농가에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인근의 프리지어 농가를 소개받아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한 것.

 

꽃을 팔아 얻는 금전적 이익은 없다. 대신 하루에 2번씩 물도 갈아줘야 하고, 기온이 높아지면 얼음도 넣어주고, 손님들이 포장하기 어려워하면 포장도 대신해 주고, 물을 흘리는 경우 바닥을 더 자주 닦아야 하는 등 매장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도 있다.

 

그러나 손님들이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 농장 사장님에게 판매액을 전달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불편은 중요하지 않았다.

 

4주가량 판매가 이어지면서 단골손님들은 꽃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받은 기쁨의 인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베이커리에서 프리지어를 구매한 김현주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한데 꽃을 사서 지인들에 나눠주니 다들 너무 활기가 생겼다고 좋아한다”며 “어려운 화훼농가도 도우면서 기분도 좋아지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고 전했다.

 

이런 반응 덕분에 대한제과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우 대표는 협회 소속 대형 베이커리에 화훼농가 돕기를 제안해 판매처가 늘어나기도 했다.

 

우 대표는 “베이커리 역시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역 농가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꽃이 새롭게 피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얻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려움 처한 화훼농가, 지역의 도움 받다
베이커리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기고 있는 프리지어는 10여 분 거리의 승아농장에서 왔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21년째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박경재씨가 재배한 것이다.

 

박씨는 올해 혹독한 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중이다.

 

때때로 작황이 좋지 않거나 경매가가 낮은 위기의 상황은 있었지만, 다른 품종이 출하될 때까지 버티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졸업과 입학, 밸런타인데이 등 이른바 특수를 맞아야 할 시기에 확산되던 코로나19로 인해 판로가 꽉 막혔다.

 

경매를 내보낸 꽃이 트럭에 실은 그대로 돌아오는 일이 일쑤였고, 도매시장에서는 꽃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할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결국 튤립은 80%가 출하되지 못했고 이달 말까지가 한창인 프리지어 역시 소비자를 만나지 못한 채 농장에서 꽃이 피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품 가치가 떨어져 반년간 애써 길러온 작물을 그대로 땅속으로 갈아엎어야 할 상황도 속상하지만 다른 꽃을 다시 심기 위해 모종과 비료를 사기 위해 필요한 자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서 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수원과 화성, 군포 등 인근 대형 베이커리에 프리지어를 판매대를 설치해 판로가 열리면서 농장 운영에 일부 숨통이 트였다.

 

박씨는 “소매를 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베이커리에서 판매를 한 덕분에 프리지어의 경우 절반 이상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이웃분들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화훼농가 살리기 나선 수원시 공공기관
화훼농가의 극심한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 수원시도 화훼농가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염태영 수원시장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선별진료소 근무자 60여 명에게 편지와 함께 프리지어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화이트데이를 앞둔 지난 13일 자로 전달된 편지에는 “감사합니다. 누구도 선뜻 감내하기 힘든 희생을 수원시민 모두와 함께 기억하고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내 화훼농가가 생산한 꽃을 활용해 행정기관과 주변, 거리 화단 등에 꽃을 심어 봄을 재촉하도록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수원시 각 부서에서 절화와 화분, 초화류 등을 활용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각 단체에도 꽃 소비 촉진에 대한 협조를 구해 판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화훼농가가 힘을 낼 수 있도록 꽃 소비 촉진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실질적인 화훼 수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