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초파일 감기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0/05/04 [17:53]

[시(詩)가 있는 아침] 초파일 감기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0/05/04 [17:53]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초파일 감기

 

사월 초파일 

마음은 성지순례를 따라 떠나고 

간밤 찾아 온 얕은 감기가 몸을 깊게 판다

농밀해진 과거가 인중에서 훌쩍이고                 

민망한 세월도 묽어져 멈추지 못한다        

깨닫지 못한 여러 색깔 가래가 끊임없이 육신을 뛰쳐나와 무릎을 꿇고

염습된 허망들이 휴지통에서 말라간다

어떤 것은 검은 흔적으로 딱정이져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나, 남기고 싶은 것이 있기나 하다는 것인가

흰 휴지탑塔으로 쌓인 회한이나, 통한이나, 성찰이나, 반성들

함께 허리를 꺾어 서로를 위무慰撫한다

요란하지 않게 찾아 온 감기가 엄한 채찍을 갈긴다

살짝 오신 부처의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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