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투데이=신지현 기자] 현재 언론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사이비언론에 대한 심각성을 진단하는 한편, 최선의 대안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순수 NGO 성격의 민간단체인 ‘공정언론사랑 국민감시단’은 지난달 30일, ‘사이비언론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하남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감시단에 따르면,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언론사와 수많은 기자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기사의 홍수 속에 어느 것이 올바른 정보인지, 어느 것이 가짜인지 옥석을 가려내기 어려운 것은 물론, 비록 일부지만 출입처나 현장 취재활동을 하면서 벌이는 일부 기자들의 민낯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통해 이와 같은 병폐를 끊어버릴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면서 기획됐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일선 취재현장에서 사이비언론의 실체를 접하고 있는 현직 언론인 김동초 기자가 맡았다. 패널로는 고용식 고등학교 교사, 김균식 경인매일 대표, 송인택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 행정사로 활동 중인 이강석 전 오산시부시장, 수원 권선구청장 출신이자 현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필근 도의원, 한국정서교육개발원 최윤정 원장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국민의례, 김상호 하남시장 인사말, 패널소개,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의례에 이어 단상에 오른 김상호 하남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일을 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김대중 이사장님께서 ‘언론은 국정운영이라는 수레의 한 축이다’라고 얘기하셨다”면서, “민주주의라는 차가 굴러가는 과정에서 4개의 바퀴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바퀴는 정치와 행정이고 두 번째 바퀴는 의회, 세 번째 바퀴는 시민, 네 번째 바퀴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네 바퀴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야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공정한 언론환경 조성) 운동을 펼쳐 주시는 공정언론사랑 국민감시단이 내세우는 불공정한 행정에 대한 문제 제기, 불공정한 언론에 대한 혁신, 이 두 가지 기치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저도 하남시 행정을 맡고 있는 단체장으로써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서 “부패행정, 독단행정, 이런 것들이 저희들이 혁신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호 시장은 또, “시민, 언론, 의회의 견제를 제대로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불공정한 행정을 혁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불공정한 언론을 혁신하는 길은 언론사 지배구조를 바꾸는 문제, 언론인들의 자생력들을 도와주는 것, 특히, 지역 언론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사이비언론 퇴치를 위해 행정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사했다.
김 시장은 끝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과 시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공정한 행정, 공정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는 하남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호 시장의 인사말에 이어 공정언론사랑 국민감시단의 탄생 배경과 걸어온 발자취가 담겨있는 영상 시청이 있은 뒤 본격적인 토론회에 들어갔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수용자 조사’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언론은 공정하다’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37.7%로, 그렇다는 의견(21.9%)보다 15.8%포인트 높게 조사됐다. 또, 언론인 신뢰도에 대해서도 5점 척도(매우 낮다 1점 ~ 매우 높다 5점)로 물어본 결과, 2.76점으로 매우 낮은 결과를 보였다.
2020년 조사에서도 ‘언론 공정’부분에서 ‘그렇다’는 의견이 32.8%로 전년보다 높게 평가됐으나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언론인 신뢰도에서는 2.98점으로 0.22점 상승하는데 그쳤다.
김동초 좌장은 “결국 우리나라 언론이 자유는 있되 의무가 없다는 의미이자, 병폐가 되는 것이 사이비언론”이라면서 “이 사이비언론에 대해서 정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수 많은 단체들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다 끊기거나 사장되고 소멸되면서 지속성에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에 공정언론사랑 국민감시단이라는 단체가 굉장히 용기를 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하고 “어차피 언론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사회가 바로 잡히지 않고 결국은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면서 “특히, 지방 같은 경우 병폐가 더한데 행정력이 거의 마비가 될 정도”라고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이어 현재 여러 개의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균식 대표가 첫 패널로 나서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현실적인 타개책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다음으로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면서 사이비언론을 단죄했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인 송인택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가 두 번째 패널로 나서 언론과 정치, 기업과의 공생관계, 기업을 협박해 광고를 수주한 언론인, 언론사를 운영하며 기자들의 임금을 착복한 사건, 여론조사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 등 현장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을 들려줬다.
공무원 시절 약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언론을 담당하고, 오산시 부시장을 역임했떤 이강석 행정사가 세 번째 패널로 나서 공무원들이 언론을 상대하는 자세, 언론인이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정론직필을 통해 사회에 조금이라도 발전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글을 써주기를 당부했다.
다음 패널 나선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필근 도의원은 사이비언론의 범람이 언론사 등록이 어려웠던 과거에 비해 최근 언론사 등록이 자유로워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언급하고, 언론사와 출입 언론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수원시 지역언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예로 들며 동료 도의원들과 머리를 맞대 현실에 맞는 조례제정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 중간에는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접수된 제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제보에 따르면, 지역 주재기자 중 기사를 작성하지 못하는 기자 및 언론사와 프리랜서 계약으로 인해 취재보다는 광고 리베이트에 치중하는 기자가 다수 존재하며, ▲언론사주의 광고 리베이트 착복 ▲지방기자의 노령화 심각 ▲직무와 관련된 전과자가 기자를 대표하는 기자단 수장으로 활동 등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토론회에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이 제보자는 이런 현상을 행정기관과 언론사의 관계에 있다고 봤다.
먼저 언론사 측에서는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한, 언론이 무엇인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사주인 경우가 있으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일간지나 인터넷 등 언론사를 하나도 아닌 여러 개 운영하면서 미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언론사와 출입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없이 언론사에서 제출하는 출입통보를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 정해 놓은 기간이 지나면 광고를 주면서 일각에서는 ‘깃발만 꼽아 놓으면 자동으로 광고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고 제보자는 귀띔했다.
이 제보자는 그렇다고 해서 공직자들이 이들을 강하게 내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고를 요구하는 기자의 부탁을 거절하면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낸다거나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로 공직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등의 행위를 이어간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지자체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사이비언론을 퇴출하자’는 내용으로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다섯 번째 패널은 한국정서교육개발원 최윤정 원장이 나섰다.
최 원장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선 기자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들을 위해 공정한 언론환경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언론인과 언론 전체를 탓하기 보다는 이렇게 된 언론을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보고만 있었던 태도를 자책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마음가짐을 설명하고, 스스로 언론계의 노동력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가치를 훼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패널로 나선 고용식 현직 교사는 학생들이 가짜뉴스를 모방해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등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가짜뉴스가 청소년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로 들면서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취재를 통해 진정한 저널리즘을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패널들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방청객과의 일문일답도 진행됐다.
끝으로 김동초 좌장은 “인(仁)이 지나치면 약해지고, 의(義)가 지나치면 완고해지되, 예(禮)가 지나치면 아첨을 하게 되고, 지(知)가 지나치면 거짓말쟁이가 되며, 신(信)이 지나치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삶을 산다”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마지막으로 싸웠던 오사카 전투에서 살아남은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가 유언으로 남긴 ‘인의예지신(仁義禮知信)’에 대한 얘기를 꺼낸 뒤 “공정언론사랑 국민감시단이 ‘신(信)’이 강한 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반드시 손해를 보고 살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리라 믿는다”면서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시청하거나 현장에 참석했던 청중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반면, 토론회의 주목적인 사이비언론에 대한 정의, 확실한 대처 방법이 나오지 않았고, 패널들의 다소 소극적인 대응이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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