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자치포럼 배종수 상임 대표,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 관련 성명 발표
김현진 기자 | 입력 : 2017/07/14 [10:00]
배종수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 대표(서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전 수학교과서편찬위원장)가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하여 의견을 밝혔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반고를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걸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외고·자사고 폐지 작업이 구체화 되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외고·자사고는 수월성 교육과 건학 이념에 따른 인재 양성 등의 명분으로 탄생되었고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확대되었으며, 학생들과 부모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지정되었다.
외고·자사고는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상위권의 우수 학생들이 모였고,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서 일반고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면서 이른바 명문고라는 반열에 올랐다.
외고·자사고가 뜨면서 일반고는 상대적으로 지는 학교가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학생들과 부모들은 소위 명문고인 외고·자사고에 입학하기 위해 초·중학교에서 입시 준비에 매달리게 되었다. 사교육비는 증가하였고, 일반고 학생들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커갔다.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폐지 논란이 일어났다.
앞으로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면 일반고가 정상화가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렇다고 외고·자사고를 유지하면서 보완한다고 일반고가 정상화가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앞서 반드시 먼저 고려하여야 할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은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하여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것’이다.
2001년부터 상위권의 우수 학생들이 입학한다는 서울대 공과대학에서조차 수학 과목 우열반을 편성하여 강의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교수의 수학 강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개념·원리·법칙에 충실한 수학교육이 아니고 대학 입시를 위한 문제 풀이 중심의 수학교육이었다는 하나의 증거이다.
2008년 컬럼비아대 김승기는 박사학위 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서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14개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을 23년 동안(1985년~2007년) 분석한 결과 56%인 784명만 졸업을 하고 44%는 중간에 퇴학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교육이 대학 입시에만 관심을 둔 교육을 하였고, 논리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길러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에 외고·자사고 등의 특목고 학생들의 입학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외고·자사고 등의 특목고 교육이 대학 입시에만 관심을 두고 교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논리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4+6÷2-1을 계산할 때, 왜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계산하도록 약속한 이유도 모르면서 무조건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계산하도록 주입만 하고 있다면, 고등학교에서 복소수 2+3i를 어디에 활용하는지 알지도 모르면서 계산 교육만 하고 있다면, 이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바람직한 수학교육이 아니고 대학 입시를 위한 수학교육이라는 하나의 증거이다.
지금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앞서 교육의 본질인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에 대하여 논의하여야 한다.
왜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기본이 되는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논의하지 않고 ‘교육 정책’만 유행처럼 논의를 거듭하면서 결국에는 실패로 끝이 나고 마는가?
이제부터라도 교육 당국은 교육제도가 아닌 교육 내용이라는 본질을 먼저 논하라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