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괜찮아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18/02/20 [15:33]

[詩가 있는 아침] 괜찮아

김춘성 시인 | 입력 : 2018/02/20 [15:33]

 

/괜찮아

 

그랬구나...

그래,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쓰라림 위로 차오르는 굳은 살갗의 비장함을 알 수 없지

 

먹먹한 어둠을 지난 새벽이 영롱하듯

찬란한 이슬들은 모두 칠흑 밤길을 건너오는 거야

 

사실, 특별한 몇 날을 빼고

세상의 날들이란 거의 모래바람이 일지

 

눈도 뜰 수 없고

그들은 언제나 상처 위로 날아와 앉지

 

그러니까, 괜찮아

 

구태여 나타내지 않을 뿐 누구나 혼자 있어도 

치욕으로 홧홧 거려 낮 뜨거운

 

타다 남은 장작 일그러진 화톳불 하나씩

가슴에 숨기고 살아가는 것

 

방문 열고 보면 살아가는 것 누구나

다 마른 칡뿌리 거기서 얽혀 있는 것

 

폭풍우 달려들어 별도, 달도

천둥 번개 얼룩에 찢겨도

 

이 밤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양,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너를 찾아 올 거야

 

둘러보면 하늘도, 바람도, 시냇물도

그리 멀리 떠나지 않은 것

 

괜찮잖아?

그래, 괜찮은 거야

 

그러니 실망으로 슬퍼할 것도

탄식으로 고개 숙일 것도 없는 거야

 

잠시 넘어졌던 길

일어나 툭툭 털고 가던 길 다시 가는 거야

 

괜찮아

니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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