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투데이=이복영 기자] 안산시의회가 12일 열린 제292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지역 현안에 관한 건의안 5건을 채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채택된 건의안은 ▲안산시 중심지역관서 제도 폐지 촉구 건의안(대표발의 설호영)과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적기 개통 촉구 건의안(대표발의 송바우나)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진상규명 및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대표발의 박은경) ▲지하철 4호선 안산선 구간 지하화 선도 사업 선정 촉구 건의안(대표발의 이대구) ▲안산시 학교 내 불법합성물 성범죄 전수조사 및 피해자 보호 촉구 건의안(대표발의 현옥순) 등으로, 의회가 지역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수의 사안들을 일시에 건의안 의결로 공론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역 현안에 대해 의회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각 건의안 내용을 통해 살펴봤다.
의회는 설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산시 중심지역관서 제도 폐지 촉구 건의안’에서 치안 공백 우려를 유발하고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중심지역관서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회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시·도 경찰청 가운데 16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중심지역관서 제도(인접 지구대·파출소 인력 통합 및 중심관서에 집중 운영)’를 시범 운영했으며, 이로 인해 안산에서는 안산동을 24시간 관할하던 수암파출소가 소규모 관서로 지정, 부곡파출소와 통합돼 축소 운영되고 있다.
중심관서로 인력과 장비가 집중되면서 소규모 파출소는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기능이 어렵고 이에 따라 주민들은 불 꺼진 파출소를 보며 치안 공백을 여실히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암파출소가 위치한 곳이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개발이 진행될 때에는 취약지구로,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는 대규모 인구유입이 예상되는 곳이며 현재도 공장과 다세대 주택,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등이 자리해 있어 치안 수요가 높다는 데에 있다고 의회는 지적했다.
의회는 경찰이 이같은 지역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소규모지역관서(파출소·치안센터) 폐지를 전제로 하는 중심지역관서제의 확대 시행안을 즉각 폐지할 것과 △경찰청은 시민들의 안전한 일상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국민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할 것, △안산상록경찰서는 주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주민의 청원 및 의견을 모아 경찰청에 전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의회는 송바우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적기 개통 촉구 건의안’을 통해서는 72만 안산시민의 숙원 사업인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이 적기에 개통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안산선은 개통 시 한양대역에서 여의도는 25분, 원시역에서 여의도는 36분이 소요되는 등 안산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이동 시간이 기존 대비 약 50~75%까지 대폭 단축되는 효과가 있어 안산의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7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담회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초 개통 목표 시점이었던 2025년 4월을 1년을 앞둔 지난 2024년 5월 기준 신안산선의 공정률이 39%에 머물고 있고, 공사 기간도 20개월 연장돼 오는 2026년 12월 이후에나 개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회는 건의안에서 이같은 상황이 사업시행자가 모든 계약상의 기본 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고, 국토교통부도 개통 지연에 따른 사유나 관련 안내를 하지 않았기에 정상 개통을 기대했던 안산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고 강조했다.
의회는 이에 ▲국토교통부가 안산시민의 염원인 신안산선이 적기에 개통될 수 있도록 행정을 지원하고 건설 공정관리에 적극 개입·조정할 것과 ▲국회가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부실관리와 늑장 대처에 대한 건설 공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을 건의했다.
또한 의회는 역사의 아픔을 보듬고 미래로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에도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였다. 의회는 이번에 박은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진상규명 및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면서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에 필요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회는 건의안에서 선감학원 사건이 1942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설립된 선감학원에서 소년 감화라는 명분 하에 40년간 4,700여명의 미성년자들에게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등의 행위가 가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소년들이 사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감학원에서 행해진 인권침해 행위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우는 사회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국가폭력으로 선감학원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했던 경기도와 이를 방치하고 묵인했던 정부도 사건의 직접적 가해자로서 피해자 및 희생자에 대한 공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관련 경기도 조례의 한계와 법적 미비 속에서 지난 6월 선감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첫 판결이 선고된 만큼, 국가 권력의 인권유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의회는 △정부가 선감학원에서 행해진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과 △정부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진상규명 및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 △정부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모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다각적 지원정책을 적극 강구할 것 등 3개 사항을 건의했다.
의회는 이대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철 4호선 안산선 구간 지하화 선도 사업 선정 촉구 건의안’에서는 지하철 4호선 안산선 구간 지하화가 지역에서 가지는 의미와 파급 효과를 상세히 소개하고 사업지 선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의회는 지하철 4호선 안산선 구간이 도심권역을 통과하는 지상 철도로 도시 생성 초기에는 도시 성장의 중요한 발전의 축으로써 기능했지만 지상 철도이기에 현재는 신도심과 구도심의 단절과 토지이용의 효율 저해, 소음 및 진동 발생 등으로 안산시민의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22년 7월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을 위해 지상 철도시설 지하화로 구도심을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했으며, 2024년 1월 30일에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부연했다.
의회는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이 철도부지 개발사업과 연계해 철도지하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원활한 사업수행을 위한 지원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철도지하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안산시도 정부 방침에 따라 현실성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한대앞 역에서 안산역까지 5.47km 구간을 지하화 사업지로 선정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시가 지하화 사업과 연계해 중앙대로 상부 토지 개발사업의 추진을 위한 용역과 토론회 개최에 나섰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철도 지하화 사업 관련 설문조사와 300인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이 안산의 단절된 공간구조를 통합해 도시 성장을 촉진하고 인구유입과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의회는 △국토교통부에 지하철 4호선 안산선 구간(한대앞역~안산역)의 지하화 선도 사업 선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건의했다.
의회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합성물 성범죄로부터 지역 청소년들을 지키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현옥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산시 학교 내 불법합성물 성범죄 전수조사 및 피해자 보호 촉구 건의안’의 의결로 불법합성물 성범죄 전수조사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
의회는 건의안에서 최근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2019년 144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23년 423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726건으로 늘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2024년 8월 29일 전교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내 피해자는 총 517명으로 교사 204명, 학생 304명, 교직원 9명으로 집계됐고, 전국 유·초·중·고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2,5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내 피해 중·고교의 이름도 거론되면서 관련 학생,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이 기본적인 피해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봤다.
이에 따라 의회는 ▲경기도교육청이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조치와 실효성 있는 지원체제를 마련할 것과 ▲경기도교육청이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 및 디지털 기록 삭제 지원, 피해 회복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제도를 마련할 것 ▲경기도교육청이 초·중·고교 대상으로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파악 및 조수조사에 착수할 것 ▲교육부가 학교 구성원 대상 불법합성물 성범죄 대응을 위한 지침과 근절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채택한 건의안 5건을 관계 기관에 송부해 각 현안에 대한 의회의 확고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