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새해에는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0/01/26 [09:06]
/해새에는 -김춘성
새해에는 '이제, 그만 잊읍시다'. 빈 보름달 위에 듬뿍 먹 한 붓 가까운 곁에 정한수 맑게 고요히 함께하며 달나라라도 어디든 명징하게 비춰보며 이젠, 잊읍시다. 잊어 줍시다. 본디 없었던 것을 비운다고 쟁여본들 얼마나 허황임을 알았으면서도 이 아침, 또 비움을 채우는 소망을 이제는 잊읍시다. 놓아줍시다 그리하여 바람과 비움이 제발 자유롭도록 새해 첫 아침에는 잊어버립시다 이제라도 잊어버립시다. 잊어 줍시다 나의 몽매에 붙잡혀 저 혼자 쩔쩔매는 어쩔수 없는 모든 허망의 욕망들을 새해 첫날에는 잊어버립시다. 놓아줍시다. 문 밖에 밀려 서성이는 바람들 어디든 언제든 제 맘대로 할 수 있도록 활짝 문을 열어버립시다 이젠, 잊어버립시다. 놓아줍시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