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혜 지
그렇게 친구들의 입대와 제대를 반복한 후 꽤나 시간이 지나버린 지금 저는 병무청 직원이 되어있습니다. 친구들이 떨리고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두드렸을 병무청, 그 문 안에서 저는 그들을 맞이하면서 병역의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이 짊어졌을 병역의무라는 무거운 짐과 부담감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며, 또한 “남자들은 모두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고 가볍게 얘기해 버렸지만, 그들이 감당했을 두려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느끼는 외로움도 지금에야 짐작하게 됩니다.
병무청에 근무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그들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 학생들을 봅니다. 그들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웃는 모습만 봐도 따라 웃게 됩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순수한 얼굴을 한 채, 군대는 어떻게 가야하고 징병검사는 어떻게 받아야 하느냐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묻는데 마냥 귀엽다가도 그 표정을 보면 뿌듯함과 대견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정은 국내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외 유학생이라 방학에 잠깐 귀국하여 짧은 기간에 징병검사를 받고 그 의무를 다하겠다며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곤 합니다.
또한 대학입시 공부에 매진하며 자신의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 써도 모자란 재수생도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병검사 일정을 문의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상황에 있지만 한결같은 젊은이들의 관심에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임에도 국가의 안보에 이바지하고자 투자하는 시간들이 모여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되지 않나 돌이켜 보며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연평해전을 관람했습니다. 연평해전은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일 때 북한군의 갑작스런 도발로 우리의 꽃 같은 젊은 군인들이 산화한 비극적인 전투였습니다. 산화한 병사들 모두가 병무청을 거쳐 갔을 거라는 생각에 새삼 제가하고 있는 병무행정 업무의 막중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병역의무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신성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병역의무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젊은 청춘들이 있어 내가 숨을 쉴 수 있고 우리 가족, 이웃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뿐인 생명과 한번뿐인 젊음의 귀한 시간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 기꺼이 보란 듯이 내어준 이 땅의 청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 깊은 해입니다.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그 정신을 이어받음은 당연하거니와,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주위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는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돌이켜 보는 뜻 깊은 날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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