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4월 새벽에는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1/04/22 [08:01]

[시(詩)가 있는 아침] 4월 새벽에는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1/04/22 [08:01]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4월 새벽에는          김춘성
 
4월 새벽에는
창호지 동쪽으로 바른 문이 있어
저 밖으로 살금살금 포복하는
하루의 은밀한 사그락거림을 듣고싶다.
 
겨우내
온몸으로 땅을 덮혀온 긁힌 가슴,
너덜한 뱃살, 벗겨진 무릎들,
긴 숨으로 널리 깔리는 점령군의 교만이 보고싶다.
 
4월 새벽, 모든 것이 궁금에 쫒겨
굵은 창 섣불리 열어보면
설렘은 그대로 살얼음되어
날이 밝으면 안개를 쫓아 눈을 흐린다.
 
4월 새벽에는 그저 가만히 쳐다 볼 일이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 가신다.
나는 오늘도 도망다니는 꿈을 꾸다가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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