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비에게 듣다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1/08/18 [14:31]

[시(詩)가 있는 아침] 비에게 듣다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1/08/18 [14:31]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비에게 듣다

 

귀를 대보면 추억은 난청일 때가 많다

몰아쳤다 흩어지는 점들의 외곽

가로등은 불빛을 뿌리며 척박한 거리를 키우고

몇몇 약속들은 필라멘트처럼 새벽이 되곤 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온기를 찾지 못한다

흐르는 얼룩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유리창은 인상파처럼 기억을 뭉갠다

두고 온 날들은 비를 흠뻑 맞고 

여전히 가는 지직거림으로 턴테이블을 돈다

나는 지하 까페 뒷 자석이거나 눅눅하게 젖어버린 경전

그러다 뒤집힌 우산이 버티는 후미진 방치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스피커만큼 현현하다

바닥 곳곳 둥근 테두리 생겨나고

손잡이를 움직이자 소리가 쏟아져 들어온다

완전한 소음이 될 때까지

 

시간은 구름에 리시버를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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