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교동 우체국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1/10/19 [10:40]

[詩가 있는 아침] 교동 우체국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1/10/19 [10:40]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교동 우체국
 
골목이 되어버린 옛 길
처음 일수도 끝 일수도 있는
길의, 거기에서
지구를 거슬러 오르는
아침, 교동 우체국을 만난다.
자기보다 더 오래된 성곽을 품고 
새로 늘어선 길을 어깨로
빙그레 눈을 뜬다. 아침, 무거운 소식들은 빨리 가는 것이어서
오래 전에 분주히 오갔고
가벼운 소식들은 천천히
늦게늦게 이제,
빨간 능금처럼 의젓하게 편하다.
맑다. 
바쁜 너희들이 이렇게 다져진
가라앉음을 쳐다나 보겠는가, 알아나 보겠는가.
언젠가는 끝내 모든 것이 내려 앉아
마침내 맑음으로 아침을 안는다는 것을
태양의 붉은 이글거림도 아침에는
교동 우체국 앞 예쁜 능금으로
맑게 빛을 낸다는 것을,
맑게 비워 낸 빨간 우체통
능금꽃 피는 교동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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