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김춘성)
하늘빛 우두둑 떨어지는 가을에는 전시회 쯤 가보셔요
거기,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만나 보셔요
당신은 당신이 보고 싶지도, 그립지도, 않으신가요?
당신이 당신을 떠나 당신을 몰라라 한지 벌써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였는지 아시는가요?
그래도 당신의 당신은 당신을 놓치지 않고 지금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당신이 어떻게 어째야 했는지를 당신은 다 알고 있다네요
그러니 당신, 당신께 미안해 하거나 고개 숙이지 마세요
당신은 멀리 당신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당신이 어디쯤에서 흐느끼고 있는가를 알아 슬픔에 겨운 답니다
당신의 당신은 바람만 스쳐도 당신의 숨소리를 알아차려요
당신을 기다리며 굳어버린 마음이 이토록 사무쳐 쌓인 거예요
그러니 당장 당신을 기다리는 당신을 찾아가는 거예요
굳게 여민 당신 마음 속 단추 한 칸을 열고 나가 당신을 찾아 당신께 가는 거예요
그런 당신을 기다리는 당신은 이때까지 당신을 기다리며 마음껏 울지도 못했답니다
당신 눈물 소리에 당신 찾아올 발길 저어 할까봐
깊은 숨조차 잘게 썰어 내쉬었답니다
그러니 당신, 지금이라도 괜찮은 당신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당신의 색으로 그려진 당신의 전시회로 당신을 찾아가는 거예요
당신도 당신이 보고 싶은 가을이 지천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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