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허천(虛天)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1/11/11 [08:57]

[詩가 있는 아침] 허천(虛天)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1/11/11 [08:57]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허천(虛天)
 
 빈 하늘을 아시나요
  
 귀퉁이 저 쪽으로 허퉁하게 뚫려버린
 
 무엇하나 채울 것 없이 마음까지
 멀리 가까이 모든 것이 통해버린 
 지지리도 투명했던 뱃속으로 무엇이든,
 고팠던 그 맑은 시간들을 기억 하시나요
 
 모든 것이 모두에게 허천났던 그 영롱한,
 서럽던 시냈물 조르락 흐르던 소리를 당신은,
 
 모르시지요? 그 찬란했던 배고픔 그 거룩했던 가난을
 
 그 허천났던 고향의 빈 들판을 서성댔던 시간을
 하늘과 땅이 맞닿았던 그 숨막히던 시간들을
 
 어쩌다 한 번, 아주 드물게 그리할 수 밖에 없는
 원죄같은 허천의 시리고 아린 굴레를 그 맞닿음을
 
 다시 되돌아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따순짐 타고 오르는 고맙고 감사한 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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