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에는
새 날에는
이제, 그만 잊읍시다.
보름달 가득 정한수 고요히 함께
누구든, 어디든 명징하게 비춰주며
이젠, 잊읍시다. 잊어 줍시다.
본디 없었던 것을 비운다고 애써본들
얼마나 허황함 인줄 알았으면서도
이아침, 또 비움을 채우는 소망을
이제는 잊읍시다. 놓아줍시다.
그리하여 바람과 비움이 제발 자유롭도록
새해 새 아침에는 잊어버립시다.
이제라도 잊어버립시다. 잊어 줍시다.
나의 몽매蒙昧에 붙잡혀 저 혼자 쩔쩔매는
어쩔 수 없는 모든 허방의 욕망들을
새해 새 날에는 잊어버립시다. 놓아줍시다.
문 밖에 밀려 서성이는 바람들
어디든 언제든 제 맘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활짝 문을 열어버립시다.
이젠, 잊어버립시다. 놓아줍시다.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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