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이월(二月)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2/02/16 [07:49]

[詩가 있는 아침] 이월(二月)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2/02/16 [07:49]
 
/이월二月
 
겨우 이틀이거나 많아야 사흘 모자랄 뿐인데도
이월은 가난한집 막내 딸 같이 안쓰러운 달이다
 
입춘을 보듬고 있다 해도
겨울이 끝난 것도 아니고 봄이 시작된 것도 아니어서
이월은 괜히 민망한 달이다
 
한 학년이 마무리되는 달인데도
언제나 새 학년의 벅찬 기대에 꿇리고
 
새해 첫 달의 바로 뒤에 매달려
제대로 얼굴 한 번 내세우기도 그렇고
 
봄을 끌고 오는 삼월의 소리에 눌려
이상한 주눅으로 얼굴이 벌게지는 이월  
       
더러는 쓸모없이 그냥 지나치는 간이역 같은 달
특별한 것이라고는 없어 특별하지 못한 그런 달
 
깊은 숨이라도 내쉬면 금방 날라 가버릴 같이 허약한 달
어쩌다 설날이라도 끼어 있어야
그야말로 어깨 한 번 펴고 우쭐대보는 달
 
그런다고 누구하나 나서서 챙겨주지도 않아
혼자 끙끙대며 앓는 겨울밤 어머니 같은 달
 
그래서 미안하고 죄송해 금세 눈물 맺히는 달
가다가 늦은 눈이라도 푸짐하게 내리면
인사치레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며 총총 떠나는 이월.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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