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강변에서
큰 아버지는 큰 키로 적국의 복판에서 큰일을 도모하다 조국으로
끌려왔다
다른 청춘들이 끌려간 자리로 돌아온 그는 수양버들이 되어 가만히 서있어도
출렁거렸다
강한 술기운이 큰 아버지의 평형수가 되어 간신히 중심을
잡아 주었다
그러다, 어쩌다, 볕이 드는 날에나 겨우 입을 열어 노들강변의 봄버들, 을
노래했다
하늘 쪽으로 눈을 길게 흩트리고 이따금 한 팔을 꺾어가며 기묘한 목청으로 오랜만에
웃기도 했다
그런 날 큰 아버지는 더욱 우뚝한 줏대로 엄숙하고 청명하고
맑았다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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