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노들강변에서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2/03/17 [08:47]

[詩가 있는 아침] 노들강변에서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2/03/17 [08:47]
 
/노들강변에서
 
큰 아버지는 큰 키로 적국의 복판에서 큰일을 도모하다 조국으로
 
끌려왔다
 
다른 청춘들이 끌려간 자리로 돌아온 그는 수양버들이 되어 가만히 서있어도
 
출렁거렸다
 
강한 술기운이 큰 아버지의 평형수가 되어 간신히 중심을 
 
잡아 주었다
 
그러다, 어쩌다, 볕이 드는 날에나 겨우 입을 열어 노들강변의 봄버들, 을
 
노래했다
 
하늘 쪽으로 눈을 길게 흩트리고 이따금 한 팔을 꺾어가며 기묘한 목청으로 오랜만에
 
웃기도 했다
 
그런 날 큰 아버지는 더욱 우뚝한 줏대로 엄숙하고 청명하고
 
맑았다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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