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구월(九月)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2/09/05 [08:13]

[시(詩)가 있는 아침] 구월(九月)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2/09/05 [08:13]
 
구월(九月)
 
구월이 되면 
분수대 쿨럭쿨럭 솟구치던 물줄기들 다 가라 앉히고 거울같이 투명한 속으로 흐르는 하늘을 담아 제일 먼저 무엇이든 용서를 구해야겠다. 
 
온 몸 구멍마다 짠내로 울컥거렸던 욕망들, 억지들, 짜증들과 폭염아래 말라비틀어져버린 최소한의 인내까지 다 용서를 빌어야겠다.
 
순간, 이토록 우거지고 가라앉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순간, 무엇이나 되겠다고 그토록 왈칵대며 건방을 떨었던가. 
 
이렇게, 동녘 저쪽으로 솟아 일어 서녘 평선平線까지 햇살이 흐르고 하늘도, 들판도, 용서받은 
모든 아침이 이토록 고요한데 미워할, 원망할, 무엇들이 기껏 얼마나 있겠는가
 
구월이 되면 
저기로부터 시냇물 소리 들리는 구월이 되면 
엎드려, 엎드려, 제일 먼저 나의 용서를 기도 할 일이다.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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