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송년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2/12/29 [08:56]

[시(詩)가 있는 아침] 송년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2/12/29 [08:56]
 
송년送年
 
떠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江이야말로 
진실한 흐름이고 장將한 것이다      
깊고 긴 강은 소리를 내지 않을 뿐   
묵묵히 제 길을 가는 것
보라, 저 도저到底한 독공篤恭의 진중함을      
암흑暗黑의 고원高原으로부터
휘몰아치는 찬바람을 맞서 홀로 내딛은 길
외롭고 좁은 산길을 뚫어내며
멸시와 치욕을 눌러 담을 때도
순백純白, 설산雪山의 자부심을 끌어안고 
여기까지 흐름을 내려왔다
여기서 더 침잠沈潛하고 더 함묵含默하며 
다잡고 다잡으며 더, 더, 흐르는 것이다
내려가는 것이다
다가올 내림들은 얼마나 황홀할 것인지
얼마나 나를 미쳐버리게 만들 것인지
아직 가보지 못한 길들이
이제, 곧 올 것인데 그 길에는
얼마나 휘황찬란한 꽃들이
진한 향기香氣로 따뜻할 것인지                      
그럴 것이다
시간時間은 몽매夢寐한 그리움들을  
뼈가 으스러지도록 안아 줄 것이다
통곡慟哭의 희열喜悅로 열반涅槃 할 것이다
이르지 못한 길들이 어서 오라한다
억울한 아쉬움이 만세萬歲로 저리 환하게 피어있다
날이 새면 희미함도 뚜렷하게 나를 이끌 것인데
이 밤 지나고 저 길을 따라 또 가는 것이다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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