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수동 타자기
타자기를 사러 갔다
동굴이 되어버린 골목의 끝까지 여러 번씩 꼬박꼬박 걸었다
황학은 깊숙하게 안장되어 살은 해체되고 해골은 기개를 잃고 퀭한 눈으로 누워 있었다
나는 울면서 어린 나를 찾아 헤맸다
고가도로 위의 정적도 램프의 끝 숭인동파출소도 사라지고
있던 것들은 모두 없어졌다
기억도 꿈도 그런 것인가 사랑은 사라지는 것인가 없어지는 것인가
학의 황금색 깃털에 베인 세월들은 밤이면 고가로 내려와 강이되고
물길은 달빛을 받아 윤슬거렸다
월인月印
하얀 꽃으로 부르튼 꿈을 부둥켜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던 서울살이
신산한 운명의 산화를 담아 흔들던 비이커를 그때 깨트려 버렸던가 껴안았던가
햇빛이 밀물지던 청량리의 아침이
고단함이 썰리던 홍릉갈비의 저녁이
어디로 갔는가
다 늙어버린 공병우타자기를 하나 데리고 왔다
writen by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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