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내가 그리는 그리운 그 날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23/09/14 [08:17]

[시(詩)가 있는 아침] 내가 그리는 그리운 그 날

김춘성 시인 | 입력 : 2023/09/14 [08:17]
 
/내가 그리는 그리운 그 날
 
햇빛까지 살그머니 고요한 마을
 
말간 아침을 마친 들판길 따라 하루가 넓고
 
늙어 편안한 의사는 오늘이 읍내 장날이라며
 
간 날 있었던 꼬깃한 일상들을 다듬어 편다
 
저녁에는 읍내 장에서 사온 여러가지를 나눠 먹으며 
 
새 길의 징검다리를 놓자.고 속삭인다
 
가는 길 어깨에 손을 얹어주겠다.며 친절을 약속하는
 
창문 너머로 하늘이 가까워
 
내 돌아갈 별이 앉을 산의 양지뜸이 가차이 보이고
 
저리로 지지난 날의 시냇물 소리가 날개를 젖는다
 
어둠이 무서워 흐느꼈던 자리들이 따스해진다
 
고요한 기도가 일으켜 주는 허공으로
지상에 일치하는 참회가 조심스럽다
 
홀로의 자유를 허락하는 거룩한 적막
 
가끔 오래된 것들이 안부를 나누고 가고
잊혀진 종소리가 푸드득 소스라치며
 
저기 언덕을 넘어오는 살찐 눈발이 보이며
찰랑거리는 포플러 나뭇잎들의 윤슬
 
쫒김도 없이 서두름도 없이
사르르 커튼을 닫고
먼 산들을 넘어온 라디오 소리 왼쪽으로 돌려 끄고
 
그렇게 눈을 감고, 이제, 영원으로 건너가야지.
 
-김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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