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12일 낮 12시 40분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재로 수술실 CCTV 촬영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방안, 의사 등의 진료권 침해 방지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을 실시했다.
이날 토론은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 강중구 부의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경기지회 신희원 지회장,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원장, 안성병원 김용숙 원장, 이경준 의사, 김영순 간호사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이재명 지사와 환자 대표 측과 의사의 인권을 강조한 경기도의사회의 격론 속에 당초 예정된 80분을 넘겨 110분간 진행됐다.
토론에 앞서 정일용 원장은 “최근 전공의 폭행, 대리수술로 인한 사망사고, 환자 성희롱 등의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에 경기도는 10월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환자나 환자 가족이 동의할 경우 수술장면을 CCTV로 촬영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도의 설문조사 결과, 경기도민의 91%가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하고 있으며, 93%는 의료사고 분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87%는 CCTV 촬영에 동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면서 “향후 토론 내용 등 여러 의견을 반영해 매뉴얼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CCTV 운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민간병원이 아니라 도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의료원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 자리에서는 특히 반대의견 등을 들어보고 확대 여부를 논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동욱 회장과 강중구 부의장은 이날 자리에서 수술실 CCTV 운영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했다.
먼저 강중구 부의장은 “최근의 대리수술 문제를 지적한 방송을 보며 의사인 저도 경악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진행되는 수술 중 범법행위가 얼마나 되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일부를 침소봉대해 국민건강을 위해 힘써 온 의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술을 할 때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CCTV에 대한 부담감이 환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CCTV를 이용한 감시는 의사와 간호사의 인권과 직업 자유를 침해하고, 해킹 등을 통해 환자의 신체를 노출시킬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도 CCTV 설치에 대해 78%의 의사가 반대한다는 경기도의사회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노동자들도 근로 장면을 CCTV로 감시하는 걸 인권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78% 의사들의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현재도 의과대학 학생들의 외과 기피가 심각한데 이렇게 책임만 지우고 CCTV로 감시하면 외과계 의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부적절하면 시행해선 안 된다. 의사가 소극적인 수술을 하게 되면 생명을 구할 환자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또한 매일 감시당하는 삶을 살게 될 의사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갖게 돼,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와 환자단체 등은 CCTV의 필요성에 대한 이유를 제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금의 대리수술 등의 사태로 국민이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번 CCTV 운영 시범사업의 의미가 크다”면서 “수술실 CCTV는 감시카메라가 아니다. 응급실과 진료실에는 이미 CCTV가 설치돼 있다. 수술장면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들어오고 무엇을 하는 지 보자는 것으로 환자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라고 맞섰다.
신희원 지회장 역시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절차”라며 “지금까지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있었지만 대리수술 등의 사고로 신뢰가 무너졌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모든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CCTV가 설치된 안성병원 김용숙 원장은 “CCTV 설치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고, 수술실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찬성했다”고 말했다.
김영순 간호사도 “처음에는 제3의 시선이 의식됐는데, 일에 몰두하면서 개의치 않게 됐다. 우려했던 것보다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선량한데 일부의 이탈행위가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환자는 무의식 상태이다. 의식이 있는 환자라면 이 같은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는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한 것도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범죄자 취급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과거에는 제재를 위해 경찰이 과속단속을 했지만 지금은 CCTV가 예방을 위해 단속을 한다”면서 “의료원의 CCTV는 예방이 주된 목표이고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을 얘기할 때 제일 큰 건 수술기법이 잘됐냐 못됐냐가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이 수술했느냐, 중간에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이라며 “멀리서 찍으면 의료지적재산권이나 수술기법 유출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되고 수술 오류에 대한 증거도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도민의 세금으로 도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원에 한정해 시험해 보는 것”이라며 “오늘 토론에서 의료계의 입장을 들었으니, 도민의견도 모아보고 내부토론도 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검토하겠다”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달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시범적으로 CCTV를 운영 중이다. 도는 내년부터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로 CCTV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CCTV 설치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있자 전문가와 시민, 환자 등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하자는 이재명 지사의 제안에 따라 개최됐으며, 라이브경기 홈페이지와 경기도 SNS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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