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투데이=신지현 기자] 자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이 주인공이다. 출발점부터 진행 과정, 도착점이 모두 주민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자치’이기 때문이다. 올해 주민자치회 전면 확대를 표방한 수원시는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통해 풀뿌리 주민자치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율천동 주민자치회 “우리가 필요한 일을 한다” “우리 마을에 필요한 일은 우리가 스스로 정하고 실천합니다.”
지난해 7월12일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밤밭문화센터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율천동 주민자치회가 주관한 주민총회였다. 이 행사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주민자치회가 직접 수립한 ‘율천마을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물순환, 도시농업, 주민복지 등 5대 분야에서 율천동 주민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12가지 세부 목표들이 선포됐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 인류적 목표에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율천동 주민자치회는 2020년 12월부터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마을만들기협의회, 율천동지킴이봉사단, 교육기관 등 지역 내 자원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마을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수립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환경운동센터 등 지역 내 전문가들의 지원으로 총 4회의 ‘율천포럼’도 열었다.
이후 율천동 주민자치회는 시범사업으로 마을 곳곳에 71개의 양심화분을 놓고, 쓰레기 분리배출 4원칙(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않는다)의 실천과 동참을 약속하는 ‘생활수칙 실천 서약서’를 주민들에게 배부했다. 학교와 연계해 청소년과 함께 쓰레기 줍기 활동(줍깅)과 분리배출교실도 진행하며 시범사업을 진행해 결과를 세부목표에 반영했다.
율천동 주민자치회는 올해도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지속 추진하기 위해 마을자치활동 사업을 계획했다. 페트병 100% 업사이클 선포식, 꼬리명주나비 복원을 위한 생태정원 조성, 토종밤나무 모니터링, 빗물저금통 만들기, 밤밭저수지와 일월저수지 수질 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복지를 책임지는 마을형 복지도 율천동 주민자치회의 요체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찾아내고, 예산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꼭 필요한 손길을 전하는 선순환고리 ‘율천동 3천원의 희망나눔’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처가 정해진 정부 예산 외에 주민에게 꼭 필요하고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체 예산을 만들기 위해 2016년 시작됐던 소액기부 운동을 발전시켰다.
율천동 주민자치회가 이 사업을 통해 지난 2020년부터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신뢰도 향상을 바탕으로 소액기부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기부금이 증가, 현재 매월 260만원 이상이 모금되고 있다.
율천동 주민들이 모은 기부금은 주민들이 선정한 사업에 쓰인다. 남성청소년에게는 운동화 구입을 위한 상품권을 지급하고, 새학년을 맞은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5인 이상 저소득가구 중 다자녀가정에는 태블릿PC를 지원해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100세 이상 어르신 장수 축하 선물과 참전유공자 지원 등 어르신 맞춤형 사업으로 마을 안 복지사업이 활짝 꽃을 피웠다.
특히 ‘꿈사다리장학금’은 선순환 고리를 미래로 연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저소득가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3년간 매월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장학금 30만원을 지속적으로 지원, 마을의 힘으로 마을의 인재를 키워내려는 의지로 시작됐다. 장학생들은 성인이 되어 받은 만큼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율천동 마을형 복지의 씨앗이 된다.
이같은 사업 성과로 율천동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주관한 제20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주민조직네트워크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수원시, 주민자치회 확대해 삶의 질 높인다
율천동 주민자치회의 발자취가 드러내듯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주민자치 역량과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동별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수원시에는 현재 8개 동에서 주민자치회가 운영되고 있다. 최초로 설치된 시범동은 송죽동과 행궁동이었다. 2013년 8월 구성돼 올해로 10년차다. 이후 2015년 광교1동이 주민자치회를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는 율천동, 서둔동, 호매실동, 인계동, 매탄2동에서 주민자치회가 구성돼 운영 중이다. 올해는 금곡동과 화서2동이 위원모집을 준비 중이며,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승인한 동을 포함해 총 20개 동이 올 상반기 중 주민자치회를 시행할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은 동 인구수에 따라 20명부터 50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동에 주민등록 된 주민과 외국인, 사업장 종사자, 소재한 기관 및 단체의 임·직원 등이 지원 자격을 갖는다. 동장이 추천하거나 공개모집으로 추첨해 위촉하며, 임기는 2년이다.
주민자치회가 임원을 선출하고 운영 관련 세부 규칙을 정해 구성을 완료하면, 위원들은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하는 마을자치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분과별 활동을 시작한다. 분과는 일반적으로 주민자치분과 문화체육복지분과 등이 운영되지만 각 동의 상황에 맞춰 설치할 수 있다. 일례로 행궁동의 경우 생태교통분과와 마을경제재생분과를 두고 있으며, 호매실동은 주거개선분과와 마을미디어홍보분과를 둬 상황에 맞게 운영한다.
분과에서는 마을의제를 발굴해 세부사업별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을 검토하게 된다. 각 분과별 검토된 사업을 모아 마을자치계획(안)이 마련되면 6~7월 중 주민총회를 열어 안건에 대한 계획을 투표로 확정한다. 주민총회에서 결정된 마을자치계획 사업은 수원시 예산수립 과정에서 검토를 거쳐 다음해 사업으로 추진하게 된다. 수원시에서는 지난 3년간 주민자치회 시범동 8곳에서 296건의 사업을 발굴한 가운데 92건이 실제 예산에 반영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송죽동 행복드리미 쉼터 환경 개선, 서둔동 마을지도 설치, 호매실동 버스정류장 방풍막 설치 등 동이 필요한 사업들이 진행됐다. 시행한 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모니터링해 다음 주민총회에서 사업성과와 결과를 보고한다.
수원시는 지난해 말 ‘수원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수원시 전체 44개 동으로 주민자치회가 확대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직접 주관할 수 있도록 하고, 수강료 수입으로 자체사업이 가능하도록 사용범위를 넓혔으며, 위원이 아닌 일반 주민도 분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또 ‘찾아가는 주민자치 기본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자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원시 주민자치회 추진 방향은 물론 주민자치회 기본 개념·필요성과 우수사례를 소개해 주민자치회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새롭게 주민자치회를 출범하는 동의 출발을 지원하기 위해 멘토-멘티제도 운영한다. 구별 상황에 따라 시범동 8개 동이 멘토가 되고, 주민자치회를 준비 중인 나머지 36개 동이 멘티로 경험을 전수받는다. 주민자치회 전환 시 유의사항 등을 공유하고, 공개추첨 및 주민총회와 개최과정 등을 참관하고, 멘토 동의 주민자치 사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안정적인 주민자치회 출범을 지원한다.
곽도용 수원시 자치분권과장은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마을의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주민대표기구인 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필수”라며 “마을에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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