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관습과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뜻의 ‘혁신(革新)’은 한자어로 ‘가죽(革)을 새롭게(新)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사용하던 가죽을 다시 새로운 가죽으로 만드는 어려운 과정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수원시가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무두질(가죽 가공 공정)’을 시작했다. 지방도시공사인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을 비롯한 8개 출연기관, 수원시체육회 등 4개 보조기관까지 총 13개 공공기관의 혁신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수원시, 13개 공공기관 효율성 높인다
수원시는 민선8기 공공기관 혁신방안으로 업무성과 향상, 인사관리, 예산절감, 조직문화 등 4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력과 조직, 재정·예산, 사무·기능 등 모든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 사회적 책임도 강화하는 공공기관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먼저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복수직급제를 추진하고, 경영평가 등 각종 평가 결과를 성과급과 연계해 혁신적인 업무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인사관리 분야 혁신을 위해서도 지난 2020년부터 공공기관 통합채용을 진행해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실시하고 있으며, 하반기 조직진단을 실시해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기관장의 연봉 동결과 전용 관용차량을 폐지하고 업무용 차량으로 대체하는 등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강도로 추진한다. 공공기관 간 활발한 교류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업을 독려하는 조직문화 개선 노력도 기울인다.
이와 같은 수원시의 공공기관 혁신 계획은 지난 1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지방공공기관 혁신 평가’에서 우수사례로 꼽혔다. 지난 2020년 공공기관 조직진단을 시작으로 사무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민선8기 시작 이후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혁신방안을 수립해 추진한 결과였다.
특히 수원시는 공공기관들이 혁신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3일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수원특례시 공공기관 혁신방안 보고회’에서 각 공공기관들이 스스로 마련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공유하며 그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보고회를 주재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시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을 편리하게 돕는 혁신
수원의 각종 시설물을 관리와 다양한 위탁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수원도시공사는 목표지향적인 업무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 수원도시공사는 무인화 확대와 각종 시설물의 통합관리 등으로 비용은 절감하고 마케팅과 수익사업의 강화로 수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단순 수탁구조의 대행사업 구조를 탈피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춘 작고 강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수원형 스마트 공유주차 시스템과 장묘문화 명소화 등 대행사업의 서비스 질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SOC 설치도 추진한다. 탑동지구 개발사업 등 다양한 개발사업 추진에도 속도감을 더해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원도시재단은 시민이 체감하는 조직혁신을 위한 3대 중점과제를 마련했다. 도시와 경제, 지속가능경영 등 기관 정체성을 강화하고, 유사 업무의 융·복합과 핵심 기능 강화로 업무를 재설계하며,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마을리빙랩, 집수리지원, 통합주거지원 등 생활 속 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 도시 활성화를 위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혁신
예술과 역사 및 전통문화의 진흥과 문화복지를 구현하는 수원문화재단은 수원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고, 상설형 프로그램을 강화해 문화가 시민의 일상이 되도록 혁신한다. 주민회·상인회·시민단체·예술인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과 인접한 도시의 문화기관과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교류사업을 벌이는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수원시가 국제적인 마이스(MICE) 산업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수원컨벤션센터는 마이스산업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국제회의전담조직 역할을 확장하고, 전시홀과 회의실 대관 마케팅을 고도화하는 한편 지역을 특화하는 기획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지역의 관광 및 문화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광장과 야외전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혁신적으로 모색한다.
수원시와 세계 도시들의 교류와 친선을 도모하는 국제교류센터는 정부의 공모사업에 활발히 참여, 국비 등 재원을 확보하면서 공공외교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캄보디아 수원마을과 시민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세계 각지의 자매도시 시민들과 수원시민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작은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사 기관과의 통합을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시민이 즐거워지는 혁신
‘시민구단’의 자부심을 K리그에서 빛내고 있는 수원FC는 클럽 경쟁력을 향상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재정을 확대하는 3대 혁신 목표를 수립했다. 매년 자체 수입을 늘려 재단의 재정 자립도를 향상시키고, 회원제와 스토어 운영 등 마케팅도 강화한다. 학생과 생활체육인 등을 위한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과 더 친근해지는 시민구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스포츠 도시 수원의 중심축 역할을 맡아온 전문 체육기관인 수원시체육회는 공공체육시설의 운영시스템을 권역별로 조정해 운영비용의 효율화를 꾀한다.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재능기부를 확대해 엘리트 학생선수 등 우수한 스포츠 인재의 성장을 지원하고, 수원독립야구단 지원 등 생활체육인들의 무대도 확장한다.
이와 함께 수원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조성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장애인 체육 활성화로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해 장애인 체육인 고용 기회를 늘리고,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를 확대해 장애인 체육이 복지로 확장되도록 혁신한다.
◇시민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혁신
수원시민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기관들도 예외 없이 혁신을 진행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수원시장학재단은 대학생, 사회적 배려층, 다자녀 등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장학금 지원을 확대한다. 지정장학금 제도 등 기부자 맞춤형 장학사업을 활성화하고, 기부자 발굴과 장학금 외 연계사업 등을 확대한다.
수원시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수원시청소년재단은 사업 영역을 청년으로 확대 개편하는 혁신 방안을 구상 중이다. 기존 청소년 사업 중 유사 사업의 통합과 일몰 사업을 폐지하고 핵심 특성화 사업을 발굴해 집중 추진한다.
자원봉사의 힘으로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 온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시민과 환경단체, 자원봉사를 연계한 ‘V-DAY 우리동네 하천살리기 캠페인’을 계획했다.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예우하는 간병비 지원제도를 신설 운영하고, 협업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지역사회 복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꾀하는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지역복지 현안과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 거버넌스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수원시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시정연구원은 수원시와 수원시 공공기관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를 추진한다. 지역 네트워크 및 공무원과의 연구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특히 쉽게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물과 홍보물을 발행해 시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갈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스스로 혁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질 높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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