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발자국

김춘성 시인 | 기사입력 2018/02/27 [17:44]

[詩가 있는 아침] 발자국

김춘성 시인 | 입력 : 2018/02/27 [17:44]


/발자국

 

멀리 떼어놓고 온 줄 알았는데

하마 하늘 어디나 어느 심해 속에서 

그저 유랑의 각혈을 삼킬 줄 알았는데

나는 몰랐구나

가끔 발길이 신통치 않을 때나 억울할 때

하소연으로 돌아보았지만 

지나온 거리만 멀리 헤아렸을 뿐

아래로 밟힌 흔적을 보지 못했구나

몰아 쉰 거친 숨을 숨기며

휘청거린 발길을 따라 여기까지

따라 온 줄을 몰랐구나

얕은 가시를 달고 황토바람을 몰아

마른 살갗 간절히 두드릴 때

그 푸석한 비루함도 함께 날라 갈 줄 알았는데 

폭풍우 어둠으로 몰아칠 때 그 치욕 

깜쪽같이 쓸어간 줄 알았는데

헤진 나뭇잎 성긴 눈발 힘없이 내려

그 허망하고 천박한 욕심 덮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래서 발칙하게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잘난 척 고개를 쳐들고

건방지게도 취약한 의젓을 부려왔는데

저 아래서, 니가 나를 부추겨 밀고 왔구나

니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니가 예수다. 니가 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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