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떼어놓고 온 줄 알았는데 하마 하늘 어디나 어느 심해 속에서 그저 유랑의 각혈을 삼킬 줄 알았는데 나는 몰랐구나 가끔 발길이 신통치 않을 때나 억울할 때 하소연으로 돌아보았지만 지나온 거리만 멀리 헤아렸을 뿐 아래로 밟힌 흔적을 보지 못했구나 몰아 쉰 거친 숨을 숨기며 휘청거린 발길을 따라 여기까지 따라 온 줄을 몰랐구나 얕은 가시를 달고 황토바람을 몰아 마른 살갗 간절히 두드릴 때 그 푸석한 비루함도 함께 날라 갈 줄 알았는데 폭풍우 어둠으로 몰아칠 때 그 치욕 깜쪽같이 쓸어간 줄 알았는데 헤진 나뭇잎 성긴 눈발 힘없이 내려 그 허망하고 천박한 욕심 덮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래서 발칙하게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잘난 척 고개를 쳐들고 건방지게도 취약한 의젓을 부려왔는데 저 아래서, 니가 나를 부추겨 밀고 왔구나 니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니가 예수다. 니가 부처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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