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추석, ‘추석 차례상 차리기’와 ‘지방 쓰는법’·‘차례 지내는 방법’은?차례(茶禮)는 가례(家禮),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집안 형편이나 가풍에 따라 지내면 돼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 처음으로 맞는 것은 물론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총 연휴가 6일이나 된다. 추석 당일인 29일 이후 4일간의 휴일이 더해지기 때문에 귀경길 혼잡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가정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많은 것도 변해가면서 명절에 여행을 즐기는가 하면 종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차례(茶禮)를 지낸다. 차례는 매년 같은 방법으로 지내게 되지만 집안 큰 어르신이 안 계실 경우 항상 헷갈리는 것이 차례상 차리기와 차례 지내는 방법이다. 최근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담은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상당히 간소해진 것은 사실이다. 성균관이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ㆍ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포함해 최대 9개면 족하다. 성균관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ㆍ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성균관측은 또,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소개했다. 또, 그동안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음식은 동쪽, 흰 음식은 서쪽)', '조율이시(棗栗梨枾ㆍ대추, 밤, 배, 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차례(茶禮)는 가례(家禮)라고도 한다. 즉,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집안 형편이나 가풍에 따라 지내면 된다는 뜻이다. 다음은 옛 문헌 등을 참고해 차례상 차리는 방법과 차례를 지내는 방법이다. 이를 참고해 형편에 맞게 지내면 된다.
▣ 차례상 차리기 차례상 차리기는 공통적인 법칙을 따르는데 모두가 알고 있는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음식은 동쪽, 흰 음식은 서쪽), 어동육서(魚東肉西ㆍ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조율이시(棗栗梨柿ㆍ대추, 밤, 배, 감), 좌포우혜(左脯右醯ㆍ포는 왼쪽, 식혜는 우측), 두동미서(頭東尾西ㆍ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가 항상 등장하며 ‘치’자로 끝나는 생선과 복숭아는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 향이 강한 마늘과 붉은 색인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도가 기본이다. 이들은 무엇에 기반을 두고 생겨난 것인지에 따른 의견은 분분하지만 음식의 위치에 대해서는 동양오행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음양오행에서 양(陽)은 동쪽을 상징하며 색으로는 붉은색이다. 반대로 음(陰)은 서쪽을 상징하며 색으로는 흰색을 뜻한다. 이래서 생긴 것이 홍동백서다. 또, 물은 양을 상징하고 땅은 음을 상징하므로 물고기는 동쪽, 육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는 조선시대 관직과 관련이 있다. 씨앗이 하나인 대추는 임금을, 한 송이에 세 톨이 들은 밤은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씨가 여섯 개인 배는 이 호 예 병 형 공 육조를 씨가 여덟 개인 감은 우리나라 팔도를 상징한다. 마늘과 고춧가루는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어 사용하지 않으며, ‘치’자로 끝나는 생선은 저급(低級)한 생선으로 생각해 좋은 음식을 올려야 하는 차례상에서는 빠졌다.
그렇다면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 음식과 위치는 정해져 있을까. 성균관 자료에 따르면, 문공가례와 제의초, 사례편람, 국조오례 등 예서에는 정확한 음식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과일의 위치도 정확하게 명시해 놓지 않고 있다. 단지 면(麵ㆍ국수), 육(肉ㆍ고기), 적(炙ㆍ구운고기), 어(魚ㆍ생선), 병(餠ㆍ떡), 탕(湯ㆍ국), 포(脯ㆍ말린 고기 또는 말린 과일), 숙채(熟菜ㆍ익힌 채소), 청장(淸醬(진하지 않은 간장), 해(醢ㆍ젓갈), 식해(食醢ㆍ삭힌 음식), 침채(沈菜ㆍ김치), 과(果ㆍ과일)만 등장한다. 특히, 예전에는 지금과 같이 지역별 교류와 냉장시설 등이 좋지 않았기에 각 지역별 특산물을 올리는 예가 많았다.
▣ 차례 지내는 방법 차례는 가례(家禮)라 해서 지내는 방법 또한 지역별 또는 각 가정별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예칙(禮則)이 있다. 성균관 자료에 따르면, 제사는 단위진설(單位陳設ㆍ기일에 해당되는 분만 진설)과 양위진설(兩位陳設ㆍ기일에 해당되는 분 이외에 배우자도 함께 진설)이 있고 양위진설에도 고비각설(考妣各設)과 고비합설(考妣合設)이 있으나 차례에는 조상님께 음식을 봉양하는 것이기에 이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차례는? 예전에는 매달 초하루와 보름, 그리고 명절에 지냈는데 지금은 대개 설, 추석 등의 명절날에만 지낸다고 한다. 차례는 돌아가신 조상 가운데 자신으로부터 4대(고조)까지 해당하며 5대 이상은 시제의 대상이 된다. 장소는 신주를 모시는 사당이 있을 때는 사당에서 지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개 대청이나 큰 방에서 지내지만 가옥의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차례 지내는 방법은 국립민속박물관 자료를 참고했다. 차례를 지내려면 3일 전부터 목욕재계해 심신을 청결히 해야 하고, 차례 당일 아침에는 사당과 제청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집안의 안주인을 중심으로 탕, 떡, 부침 등의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남자들은 축문, 지방, 꼬치, 제기 등 차례에 필요한 기구들을 준비하는가 하면 고기, 과일 등 차례음식을 장만한다. 차례를 지내는 시간이 되면 제상과 병풍 등 집기를 준비한다. 차례는 기제사와 달리 축문을 읽지 않고 잔을 한 번만 올린다. 이에 반해 기제사는 술을 세 번 올리고, 축을 읽는 것이 크게 다르다. 진설(陳設) : 차례상에 음식을 차린다는 의미로 술잔, 수저, 실과 등 식지 않는 음식을 차린다. 차례는 기제사로 모시는 4대의 조상 모두를 한 자리에 모시고 지내는 제례이므로 대수별로 별도의 상에 따로따로 차려야 한다. 그러나 차례상이 부족할 경우 한 상에 차리되 각기 구분해야 한다. 출주(出主) : 사당이 있는 집에서는 사당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이 절차가 필요 없다. 그러나 지방으로 모실 경우에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의 지방을 모두 작성해 모신다. 강신(降神) :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조상님의 신이 차례를 지내는 장소로 오시라는 의미이다. 주인이 향상 앞에 나아가 향을 피우고 집사자가 따라주는 술을 세 번으로 나누어 모시기에 붓고 두 번 절한다. 참신(參神) : 신위에게 인사를 드리는 절차이다. 이때 신주를 모시고 차례를 지낼 경우에는 강신을 하기 전에 신주를 모시고 나서 바로 참신을 하고, 지방으로 모실 경우에는 강신을 하고 참신을 한다. 제주 이하 참석한 모든 가족이 절을 하는데, 음양의 원리에 따라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 절한다. 진찬(進饌) : 진설에서 차리지 않은 나머지 차례음식으로서 식어서는 안 될 음식을 차린다. 헌작(獻酌) : 제주가 신위에 잔을 올리는 절차이다. 4대의 조상을 모시는 제례이므로 각 신위에 따로 잔을 올려야 한다. 계반삽시(啓飯揷匙) : 메의 뚜껑을 열어 숟가락을 꽂고, 젓가락은 적이나 편에 올려놓는 절차로 삽시정저(揷匙正著)라고도 한다. 추석 때에는 젓가락을 송편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설에는 떡국을 올린다. 합문(闔門) : 조상님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참사자들은 제청 밖으로 나가고 문을 닫거나, 제상 앞에 병풍을 가린 후 모두 엎드린다. 계문(啓門) : 4~5분 후 연장자가 기침을 세 번 하면, 전원이 제청 안으로 들어오거나, 병풍을 걷고 일어선다. 철시복반(撤匙復飯) : 수저를 거두고, 메의 뚜껑을 덮는 절차로 추석 차례에서는 젓가락을 내린다. 사신(辭神) : 참사자들이 절을 해 모셔왔던 신을 보내드리는 절차이다. 이때도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 절한다. 납주(納主) : 신주를 원래의 자리인 사당 감실에 모신다. 지방을 모셨을 경우 지방을 향로 위에 놓고 태운다. 철상(撤床) : 진설한 차례음식을 거두어 내리고 차례상 등의 기물을 정리한다. 음복(飮福) : 주인과 참사자들이 음복주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의 덕을 기린다.
지방은 신주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안에서 기제사나 차례 때 종위에 써서 모신 신위를 말한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사당을 짓고 신주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 ‘가례(家禮)’에는 지방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가례’ 소주에 “형의 집에는 신주(神主)를 설치하지만, 동생은 신주를 세우지 못하니 다만 제사 지낼 때만 즉시 신위를 설치하되 지방(紙榜)으로 신위마다 표기하고 제사를 마치면 불사른다”라고 해서 지방의 사용 사례가 보인다. 그리고 ‘가례’의 위패(位牌)에 대해서 ‘가례집람(家禮輯覽)’에서는 ‘운회(韻會)’를 인용해 방(牓)으로 해석하고, ‘가례원류(家禮源流)’에서는 지방(紙榜)으로 해석해 사당이 없으면 영정을 그려놓거나 글로 써서 위패를 세운다고 했다.
이재李縡(1680~1746)의 ‘사례편람(四禮便覽)’ 부제조에는 ‘제구(諸具)’로 “지방을 쓸 종이는 후백지厚白紙로 하되, 크기는 적당하게 하고, 종이 중앙에 해서(楷書)로 가늘게 쓴다. 임시로 제사를 지낼 때 교의 위에 붙이고 신위마다 각기 쓴다. 지방식(紙牓式)에는 ‘현모고모관부군신위(顯某考某官府君神位)’, ‘현모비모봉모씨신위(顯某妣某封某氏神位)’로 하는데, 조비가 2인 이상일 때에는 별도로 종이를 갖추어 각자 쓰며, 내상(內喪)일 경우 조고위(祖考位)를 설치하지 않는다”라는 지방 항목이 별도로 설정돼 있다.
지방에는 보통 신주 분면 격식과 같이 고인의 직위와 칭호를 쓰는데, 신주와 달리 신위(神位)라고 쓴다. 지방에는 고인과 제주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 조부모는 ‘조고(祖考)’, ‘조비(祖妣)’, 증조부모는 ‘증조고(曾祖考)’, ‘증조비(曾祖妣)’, 고조부모는 ‘고조고(高祖考)’, ‘고조비(高祖妣)’라 하는데, 앞에 ‘현(顯)’자를 써서 ‘현고(顯考)’, ‘현비(顯妣)’, ‘현조고(顯祖考)’, ‘현조비(顯祖妣)’, ‘현증조고(顯曾祖考)’, ‘현증조비(顯曾祖妣)’라고 쓴다. 남편은 ‘현벽(顯辟)’이라고 쓰며, 아내는 ‘현’을 쓰지 않고 ‘망실(亡室)’ 또는 ‘고실(故室)’이라 쓴다. 형은 ‘현형(顯兄)’, 형수는 ‘현형수(顯兄嫂)’, 동생은 ‘망제(亡弟)’ 또는 ‘고제(故弟)’, 자식은 ‘망자(亡子)’, 또는 ‘고자(故子)’라고 쓴다.
고인의 직위에 벼슬을 한 남자는 최종 벼슬의 이름을 쓰고, 여자는 남편의 품계에 따라서 ‘정경부인(貞敬夫人)’, ‘정부인(貞夫人)’, ‘숙부인(淑夫人)’ 등의 호칭을 쓴다. 벼슬이 없는 남자는 ‘학생(學生)’이라 쓰고, 부인은 ‘유인(孺人)’이라 쓴다. 고인의 칭호에 남자는 ‘부군(府君)’이라고 쓰며, 여자는 본관과 성씨를 쓴다. 자식이나 동생의 경우 이름을 쓴다. 또한, 지방은 신주와 같이 각각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부부를 함께 모실 때에는 ‘좌고우비(左考右妣)’의 원칙에 따라 종이 한 장에 오른쪽(동쪽)에는 어머니, 왼쪽(서쪽)에는 아버지의 신위를 쓴다.[출처=한국민속대백과사전] 최근에는 지방 대신 영정사진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에도 예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귀성길 정체와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음식 장만은 큰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돈을 받고 차례상을 대신 차려주는 업체가 성업을 이루기도 한다. 격몽요결(四礼便览ㆍ율곡 이이) 제례장(祭禮章) 제칠(第七)에서 이이 선생님은 ‘무릇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정성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을 뿐이다. 가난하면 가산의 있고 없음에 맞추어 할 것이요,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치르되, 재물과 힘이 미칠 수 있는 자는 스스로 마땅히 예법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凡祭 主於盡愛敬之誠而已 貧則稱家之有無 疾則量筋力而行之 財力可及者 自當如儀)’라면서 형편에 맞게 차례를 지낼 것을 권하고 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삼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소하게 지내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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