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손바닥정원 곳곳에 온기가 심겼다

도심 어디서나5분만에 만나는 모두의 정원,자투리 공간으로 정원문화 확산

신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2/05 [08:52]

수원특례시 손바닥정원 곳곳에 온기가 심겼다

도심 어디서나5분만에 만나는 모두의 정원,자투리 공간으로 정원문화 확산

신지현 기자 | 입력 : 2023/12/05 [08:52]

▲ 지난해 12월 손바닥정원 토크콘서트에서 이재준 시장이 발언하고 있다./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모닝투데이=신지현 기자] 정원이 가까워졌다집 안팎에서 가드닝을 하며 나만의 정원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특별한 꽃과 나무연못과 기암괴석으로 꾸며야만 할 것 같던 정원이 생활 속에서 쉽고 가깝게 식물을 가꾸며 누리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정원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올해 수원에서는 더 특별한 정원들이 곳곳에 생겨났다이웃들이 함께 만들고 가꾸며 공동체가 공유하는 손바닥정원이다시민 손으로 만들고 시민 곁으로 다가간 손바닥정원이 수원 전역에서 힐링과 휴식의 거점이 되고 있다.

 

▲ 개인 주택 마당을 공유하며 손바닥정원으로 조성한 ‘행궁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이웃 화합을 되살린 행궁언덕마을 작은 정원

팔달산 아래에는 오래된 주택단지가 있다산자락과 이어지는 언덕 아래 골목마다 기와집과 양옥집들이 제각각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구도심의 정취를 바탕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들어서 행궁동의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지는 마을이다.

 

특히 행궁로26번길 커다란 불상 아래 첫 번째 집은 열려 있는 넓은 마당이 눈길을 끄는 집이다언제나 열려 있는 행궁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이다지난해 원래 있던 넓은 마당을 보수하면서 담장 대신 펜스를 치고 절반가량의 공간을 과감하게 이웃과 공유한 손바닥정원이다.

 

집주인 김명란씨(55)는 외곽 40㎡ 남짓 공간을 정원으로 꾸몄다봄에는 봉숭아과꽃수국작약을 심고 여름에는 마당 입구에 나팔꽃과 연꽃을 가꿨다또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백일홍국화를 식재해 골목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담벼락과 돌 틈 하나하나 작은 공간까지 놓치지 않고 정원을 만들었다.

 

▲ 행궁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에서 주민들이 모임을 열고 있다./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손바닥 크기의 작은 정원은 주민들의 화합을 이끄는 촉매가 됐다
마당 정원을 가꿔 개방하기로 하면서 손바닥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육받는 공간으로 활용됐고지난 5월 한가로운 어느 봄날에는 작은 정원에서 도시락 음악회도 열렸다.

 

마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마당 공간을 공유하는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꽃 화분을 나눠주며 인사를 나눴던 인근 주민들이 서서히 집 대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돈독해진 행궁로26번길 이웃들은 집 마당과 정원주차장대문 앞 공간을 활용한 야드세일도 진행했다지난 10~11월 두 달간 주말에 많게는 10가구가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소통했다주민들은 행사를 마친 후 자발적으로 골목을 청소하며 공동체의 중요성과 애향심을 확인했다고 전한다.

 

행궁언덕마을 누구나 정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김씨는 손바닥정원 조성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정원을 만들고 공간을 공유하면서 마을 장터가 열리고 동네가 활발해졌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 율천동 성균관대역 환승주차장 통행로에 조성된 ‘응원 쉼표 정원’에 코스모스가 만개한 모습./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쓸모없어 보이던 빈 공간, 정원으로 재탄생

장안구 율천동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손바닥정원이 있다성균관대역 환승주차장 통행로와 맞닿은 20㎡ 규모의 공간이다

 

이곳은 역을 중심으로 동쪽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오가며 마을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문 같은 역할을 했다하지만 원래 나무 몇 그루가 전부여서 빈 공간에서 일부 주민들이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율천동지킴이봉사단은 이곳을 손바닥정원으로 조성하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 7월부터 아기자기한 정원을 꾸몄다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운 자투리 공간에 사람들이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도록 비비추송엽국가우라부용맥문동튤립 등을 심고 가꿨다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를 설치하고따뜻한 응원 문구도 적어뒀다지금은 겨울을 맞아 손뜨개로 만든 눈사람과 펭귄트리사슴뿔양말 등의 소품을 비치해 계절감을 더했다성대역 환승주차장 응원 쉼표 정원은 사거리에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마을정원과 밤나무동산 등과 어우러져 율천동 마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손바닥정원이다.

 

▲ 율전초등학교 건물 앞 화단을 활용해 LH가 조성을 지원한 텃밭정원./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건너편 율전초등학교에도 손바닥정원이 있다
. LH의 지원으로 학교 건물 전면 화단 231㎡ 공간에 조성한 율전초 텃밭정원이다일부는 한국 고유식물인 진달래히어리노루오줌부처꽃구절초 등을 심어 우리 식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일부는 텃밭상자를 설치해 방과 후 교육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운영됐다특히 정원에 높낮이가 있는 화단과 디딤돌 등을 두어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공유 정원의 가치를 알렸다.

 

영통3동 주민들은 동 경계 외곽 도로변에 희망동산을 만들었다매탄3동과 맞닿은 경계지역 건물 사이에 버려져 있던 황무지였다영통3동 주민자치회 마을만들기 분과위원회는 1980년대 개나리마을이라고 불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개나리의 꽃말 희망이 중심이 되는 희망동산을 만들었다. 72㎡ 규모의 공간에 개나리와 미니 배롱나무목련황금측백미스킴라일락남천나무 등을 아기자기하게 심었다영통지구 외곽에 위치해 단절된 느낌이던 삭막한 공간에 꽃동산을 조성한 것이다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바람개비가 쉼 없이 돌아가는 희망동산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하는 공간이 됐다.

 

▲ 지난 4월 제1회 가드닝의 날 행사에서 이재준 시장과 참석자들이 꽃을 심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5분마다 만나는 녹색 공간, 수원시 손바닥정원

행궁동과 율천동 등 앞서 소개한 정원들은 모두 손바닥정원 우수사례다말 그대로 손바닥만 한 작은 공간을 정원으로 꾸며 도심 속 유휴공간을 활용하고자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한 수원시만의 독자적인 사업이다.

 

도시의 빈 공간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마을공터자투리땅공동주택 단지 사이 관리가 모호한 공간 등 도심 곳곳에 작은 공간이 숨어 있다이런 공간을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시민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5분마다 작은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손바닥정원의 핵심이다수원시는 오는 2026년까지 1천개 손바닥 정원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지난해 말부터 손바닥정원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손바닥정원 개념을 정립하고 추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손바닥정원 안내 매뉴얼을 만들어 다양한 손바닥정원이 가능하도록 제시했다손바닥정원은 점형이나 선형을 포함해 공중과 그릇 등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옥상과 실내는 물론 보행공간과 상가자원 등을 모두 포함하며치유와 쉼부터 놀이와 배움까지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손바닥정원을 추진하는 세부전략도 수립했다집집마다 꽃과 나무를 가꾸고, 5분마다 만날 수 있는 1천개의 정원을 만들기 위해 3개 전략 12대 과제를 구체화했다.

 

▲ 영통3동 주민들이 동 경계에 버려져있던 황무지를 손바닥정원으로 조성하고 있다./수원특례시 제공  © 모닝투데이


첫 번째는 자발적인 정원문화 지원이다
지난해 1227일 손바닥정원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손바닥정원 사업을 알린 후 가드닝의 날정원특강 등을 열어 시민들이 정원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또 공원녹지사업소 내에 도구지원센터를 만들어 호미와 전지가위 등 220개의 도구를 비치해두고 누구나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목표인 일상 속 정원 더하기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년 동안 300개의 손바닥정원이 조성됐고시민들이 만든 정원을 대상으로 공모와 경연을 진행해 우수사례를 뽑는 과정도 진행했다손바닥정원 사업 첫해인 올해 12개의 정원이 콘테스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돼 5일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세 번째 추진 전략인 지속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새빛수원 손바닥정원단이 힘을 보탰다발족 이후 850명에 달하는 단원이 모집돼 정원계획부터 조성과 관리 활동은 물론 의견 개진까지 손바닥정원 확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다양한 기관과 기업단체 등의 협력도 잇따라 참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손바닥정원은 단순히 작은 정원이 아닌 나와 이웃이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며 손바닥정원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공동체의 대표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시민께서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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