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그 오래된 여름의 코끼리

김춘성 | 기사입력 2018/07/12 [11:17]

[시(詩)가 있는 아침] 그 오래된 여름의 코끼리

김춘성 | 입력 : 2018/07/12 [11:17]
▲ 김춘성 시인     ©모닝투데이

 

 

 

 

 

 

 

 

 

/그 오래된 여름의 코끼리     -김춘성

 

쏟아붓는 물줄기를 맞을 때마다

어린 여름날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하나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버텨내야만 했던 어쩔 수 없었던 시절

모든 나날이 치욕 이었다

강제할 수 없는 출생의 내림은

거대하고 강력한 악력으로 저항의 탄력을

꿇려 앉혔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늘 솟구치는 나무 줄기나 잎의 근력

그러므로 무지개를 볼 수 없는 서러운 운명은

폭발할 듯 무작정 흘러내리는 생명인 것이다

이후로도 길은 언제나 질척였다

침팬지도 다니지 않는 젖은 땅

회색 소금 몇 되 뿌려진 위로, 그마저

조심조심 무릎을 뒤로 꺾어야 했다

능욕의 운명, 능멸 당하는 세월, 주름진 코끼리의 슬픈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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