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래된 여름의 코끼리 -김춘성
쏟아붓는 물줄기를 맞을 때마다 어린 여름날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하나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버텨내야만 했던 어쩔 수 없었던 시절 모든 나날이 치욕 이었다 강제할 수 없는 출생의 내림은 거대하고 강력한 악력으로 저항의 탄력을 꿇려 앉혔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늘 솟구치는 나무 줄기나 잎의 근력 그러므로 무지개를 볼 수 없는 서러운 운명은 폭발할 듯 무작정 흘러내리는 생명인 것이다 이후로도 길은 언제나 질척였다 침팬지도 다니지 않는 젖은 땅 회색 소금 몇 되 뿌려진 위로, 그마저 조심조심 무릎을 뒤로 꺾어야 했다 능욕의 운명, 능멸 당하는 세월, 주름진 코끼리의 슬픈 발톱.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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