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김춘성
그랬구나... 그래,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쓰라림 위로 차오르는 굳은 살갗의 비장함을 알 수 없지
먹먹한 어둠을 지난 새벽이 영롱하듯 찬란한 이슬들은 모두 칠흑 밤길을 건너오는 거야
사실, 특별한 몇 날을 빼고 세상의 날들이란 거의 모래바람이 일지
눈도 뜰 수 없고 그들은 언제나 상처 위로 날아와 앉지
그러니까, 괜찮아
구태여 나타내지 않을 뿐 누구나 혼자 있어도 치욕으로 홧홧 거려 낮 뜨거운
타다 남은 장작 일그러진 화톳불 하나씩 가슴에 숨기고 살아가는 것
방문 열고 보면 살아가는 것 누구나 다 마른 칡뿌리 거기서 얽혀 있는 것
폭풍우 달려들어 별도, 달도 천둥 번개 얼룩에 찢겨도
이 밤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양,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너를 찾아 올 거야
둘러보면 하늘도, 바람도, 시냇물도 그리 멀리 떠나지 않은 것
괜찮잖아? 그래, 괜찮은 거야
그러니 실망으로 슬퍼할 것도 탄식으로 고개 숙일 것도 없는 거야
잠시 넘어졌던 길 일어나 툭툭 털고 가던 길 다시 가는 거야
괜찮아 니가 최고야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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