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쿵쾅거리는 간이역
그 역에 가면 희끗한 잔설 묻힌 몸 그대로 체면없이 모두 달려와 함께 엉켜 뒹군다 들풀들 저나나나 한참 보잘 것 없던 시절 휘황찬란한 계절의 속도에 튕겨져나와 그 역으로 나뒹굴던 때 캄캄한 사이로 뻗어나던 은빛 철로의 비릿한 쇳내 쌍검의 촉이 그어대던 석항 황지 영월 쪽 불빛 추전역으로는 어둠이 한 참인데도 높은 산으로는 백야가 줄 끊어진 연처럼 선회하고 미끄러져 내린 계곡의 끝에는 막 막장을 나온 검은 광부들 억센 눈빛 시퍼렇게 돋은 핏줄 콘도르의 팔뚝에 안겨 무엇이든 겨누었다 지금도 꽤액꽥 철크덕철크덕 덜커덩 거리며 우악스럽게 덤벼드는 저 첫사랑의 궤도음 울창한 풋내음 간이역이 되어버린 내 가슴 쿵쾅거리는 첫사랑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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