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가슴 쿵쾅거리는 간이역

김춘성 | 기사입력 2018/04/01 [03:59]

[詩가 있는 아침] 가슴 쿵쾅거리는 간이역

김춘성 | 입력 : 2018/04/01 [03:59]

 

/가슴 쿵쾅거리는 간이역

 

그 역에 가면

희끗한 잔설 묻힌 몸 그대로

체면없이 모두 달려와 함께 엉켜 뒹군다

들풀들

저나나나 한참 보잘 것 없던 시절

휘황찬란한 계절의 속도에 튕겨져나와

그 역으로 나뒹굴던 때

캄캄한 사이로 뻗어나던 은빛 철로의 비릿한 쇳내

쌍검의 촉이 그어대던 석항 황지 영월 쪽 불빛

추전역으로는 어둠이 한 참인데도

높은 산으로는 백야가 줄 끊어진 연처럼 선회하고

미끄러져 내린 계곡의 끝에는

막 막장을 나온 검은 광부들 억센 눈빛

시퍼렇게 돋은 핏줄 콘도르의 팔뚝에 안겨

무엇이든 겨누었다

지금도 꽤액꽥 철크덕철크덕

덜커덩 거리며 우악스럽게 덤벼드는 저 첫사랑의 궤도음

울창한 풋내음

간이역이 되어버린 내

가슴 쿵쾅거리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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