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번개

김춘성 | 기사입력 2018/05/31 [17:57]

[詩가 있는 아침] 번개

김춘성 | 입력 : 2018/05/31 [17:57]

 

/번개         -김춘성

번개.

, 치고나면 천둥이 울리고

천둥 으르렁 지나고 나면

마침내 참았던 봇물 우르르 터져 내리리라.

가만,

이렇게 번개 잦으면

오로지 우리만 하나로 오롯해

다른 무엇들이야 도대체 무슨 소용일 것일까.

가만,,,

그래, 그날이 오면.

더럽고 서러워 꿀꾹 눌러 놓았던 서릿발 다 녹여

강둑이 터지도록, 바다가 미어지도록

그냥 울다가 스러져도 좋다

끝내 터져버린 물길

콸콸 넘쳐 흐를

화산의 저 바닥 속에서부터 솟아 넘쳐날

드디어,

태양이 녹아 흐를 우리들 마그마의 웅혼.

오오. 어서오라.

모든 번개여 오라.

하늘의 천둥이여 모두 으르렁 거려라.

오직 우리에게, 우리에게로 오라.

그래, 우리 천년의 원통을 뚫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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