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비 오는 날

김춘성 | 기사입력 2018/06/26 [17:55]

[시(詩)가 있는 아침] 비 오는 날

김춘성 | 입력 : 2018/06/26 [17:55]

 

/비 오는 날          -김춘성

 

비가 내리면

생활에 더케진 이별들의 무늬가

뜸했던 상처가 도드라져 드러나

 

비 오는 날에는

그동안 감당했던 여러 이별들이 얼굴을 씻고

하나씩 눈에 어른거린다

 

여러갈래로 내린 빗줄기가 여러가지 사연들을 벗겨내고

또는 이별의 여러 사이를 메꾸려

종일, 또는 억세게 내리기도 하지만

 

그래봐도 그 많은 노력은 모두 어디로 흘러 숨어버리고

 

오히려, 빗물에 씻겨 드러나는 모습을

거리를, 솟아오르게 할 뿐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나를 떠올릴 그사람을 생각하며

진득하게 이것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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