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비오는 날 아침

김춘성 | 기사입력 2018/05/22 [22:32]

[詩가 있는 아침] 비오는 날 아침

김춘성 | 입력 : 2018/05/22 [22:32]

 

/비오는 날 아침      -김춘성

 

순전히 비를 맞으러 출근을 한다

임대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발목이 무척 두꺼운 여인을 만난다

텁텁한 샘물이 막걸리 같을 여인

푸석한 이끼는 검게 쪼글겨 붙었을 것이다

발 뒷굼치로 굳게 패인 생활이 보인다

볼룩한 배 위로는

빨간 입술 마릴린몬로가 평화롭다

시골동네 우물에 언제나 

나른했던 그 몬로의 평안이다

지금 우물은 메워졌을 것이다

여인의 어깨에 아직 달려있는 잔 빗방울들

문득, 다가가 그 방울들 탁탁 털어주고 싶다

내 고향은 저 아랫녘 전라도 고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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