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침 -김춘성
순전히 비를 맞으러 출근을 한다 임대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발목이 무척 두꺼운 여인을 만난다 텁텁한 샘물이 막걸리 같을 여인 푸석한 이끼는 검게 쪼글겨 붙었을 것이다 발 뒷굼치로 굳게 패인 생활이 보인다 볼룩한 배 위로는 빨간 입술 마릴린몬로가 평화롭다 시골동네 우물에 언제나 나른했던 그 몬로의 평안이다 지금 우물은 메워졌을 것이다 여인의 어깨에 아직 달려있는 잔 빗방울들 문득, 다가가 그 방울들 탁탁 털어주고 싶다 내 고향은 저 아랫녘 전라도 고창이다. <저작권자 ⓒ 모닝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인기기사
|